여행/답사

부석사

생각하는갈대 2009. 10. 19. 11:01

고찰들이 다 그렇다.

보면 볼수록 새롭다.

나무한그루 건물 한채도 그냥 있는 법이 없다.

천년고찰이라 표현하는 이유가 있는것이다.

실상 현존하는 목조건축물로 천년을 넘긴 건물이 없으며,

그것도 중수한 건물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천년고찰이란 말속에 오랜세월 다듬어졋다는 것과,

처음 창건할 시점에서의 안목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점으로 보자면 백평도 안되는 작은 건물들이지만,

당시로선 막대한 제원을 투자한 건물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찰을 답사할시 느낌으로 이러한 점을 공유한다.

 

주심포양식의 팔짝집인 부석사 무량수전,

주심포양식의 맛배집인 수덕사 대웅전,

다포양식의 팔짝집인 미황사 대웅전,

단층건물로 이 세 건물만 비교해 보아도 건축구조상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수덕사의 경우 흔히 옛 맛을 잃어버렸다 한다.

하지만 대웅전 하나만으로도 수덕사는 의미를 지닌다.

미황사는 남도의 끝자락이다 보니 찾는이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뒷쪽에 험한 바위능선을 병풍으로 삼았다.

고건축에서 이 세 건물은 나름대로 형태상으로 완결된 구조라 보아도 손색이 없다.

 

부석사는 협소하고 가파른 지형을 잘 살린 가람이라 본다.

원래 산줄기가 있었고 거기에 사람이 끼어든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일정 순응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어 축대를 쌓고, 배수로를 만들고, 건물을 짓고....

분명한 것은 거슬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변화를 주고,

 

면쌓기 방식의 축대이다.

보통 길게 뿌리를 형성하여 축대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넓은 면을 이용하여 쌓다보니 안정성에서는 취악한 편이다.

하지만 축대가 돌의 무게로 토압을 받는다는 원리에서 큰돌을 쌓았다.

사이사이 끼워진 돌들은 모양뿐 아니라 돌들 서로간의 마찰을 극대화한 것이다.

 

잠시 요사 툇마루에 앉아 전경을 본다.

마침 여름, 봉선화가 피었다.

앞에 보이는 나무 몇그루는 부쩍 많아진 관광객으로 부터 조금이나마 경계를 만들어준다.

범종루가 보이고...

안양루가 보이고...

무량수전은 보이지 않고..

산줄기를 따라 자연스레 자리잡은 건물들이 보이고...

일주문으로 부터 크게 3개의 축과 각각 3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었다는

삼품삼생에 대한 상징적의미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종교를 잠시 잊은 편안한 여류로움을 맛본다.

물론 두다리 쭉펴고 눕고싶은 그런 편안함은 아니다.

 

 

 

 

범종각이다.

정면에서 보니 팔짝지붕이다.

사진처럼 고개를 처들어서 봐야할 건물이고,

비가 오면 들이치는 비가 만만치 않을 건물이다.

그래서 처마가 필요했고,

그래서 추녀를 걸고 팔작집붕이 필요했을 것이다.

2층 건물에 맛배집으로 단면을 뚝 잘라다면 이상할 건물이다.

 

사진이 영....

현장에서 비 맞도,

떨어트리고...

하여간 양각의 힘이 느껴진다.

 

안목은 이러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석사를 다녀가지만 상하(좌우) 지붕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모른다.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전사진처럼,

저 지붕이 팔짝이여서 마당쪽으로 처마가 나와 있다면 좀 답답하지 않을까?

단일 건물에서 양쪽 지붕의 모양을 달리한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경사면에,

사람 머리가 다치지 않고 답답하지 않을만큼 길게 건물을 배치하고

시각적 느낌을 고려한 지붕형태를 취한 것이라 생각된다.

 

 

 

대웅전 처마선이 살작 보인다.

이는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방문객의 동선에서 좀 멀어진 것이다.

 

굳이 법종각에서 방향을 틀어 안양루를 향한다.

자연지세를 그대로 살린 것인가?

아님 무량수전이 향할 방향을 고집한 것인가?

현판아래..

길게 부처님이 다섯분쯤 앉아 계신듯 하다.

사진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불상모양이 보이는 듯 하다.

소위 건축용어로 불벽이라 하는 데.....

저것이 목수의 의도였다면....

대단한 안목이라 ?

너무 지나친 비약이다.

자칫 비웃음거리가 될 여지가 있다.

포를 짜다보면 자연스레 형성되는 형태이며, 

그래서 붙여진 이름도 "불벽"인 데...

마침 서가래선이 겹쳐서 부처님이 가사를 두른듯 보인다.

 

안양루를 통하여 좁고 낮은 공간을 지나면  무량수전이다.

주심포양식 건물이 지니는  맛이다.

다포계 건물의 화려함과  다르게 담백하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무량수전 마당에서 명부전과 범종각을 내려다본다.

지붕선이 산자락의 흐름을 타고있다.

 

창건설화에서 등장하는 부석이다...

혹여....

이 부석때문에 무량수전의 축이 틀어진 것은 아닌지...

그냥.

공사하는 시공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저 바위(浮石)이 없었다면 무량수전의 축이 틀어질 이유가 없었을것 같다.

 

왼쪽으로 선묘각이 보인다.

뒷쪽 공간의 습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실제 서가래에도 이끼가 끼었다.

목구조에서 치명적인 부분이다.

나무에게 습기는 수명을 단축하는 최대의 적이다.

 

삼신각에서 보이는 추녀선이다.

이렇게,

무량수전 앞마당에 서기 전까지는 어느 각도에서도 다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항상 그러하듯..

정면에서 보는 것에 길들여진 우리들..

처마선의 앙곡과, 기둥의 안쏠림, 귓기둥으로 갈수록 기둥의 높이가 높아지는 귀솟음....

이 건물이 지니는 선과 , 그선을 가능케한 기법들을 볼 수 있는 위치를 대부분 놓치는 듯하다.

 

정면에서 보는게 익숙한 것이 .....

전사진과 지금의 사진....

각각 건물들의 다양한 지붕선들이 어우러지고,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어우러지는...

 

조사당의 신비화는 창살에 갇히였다.

차라리 단촐한 주심포 공포를 보고싶다.

 

 

내려오는 길에 명부전으로 향하면서 지붕으 어루러진 모습을 담아본다.

빼곰히 이어낸 건물이 앙증맞다.

상재적으로 높고 긴 법종각도 같이 어울려 답답치 않다.

 

안양루를 정면에서 볼 수있다.

안양루가 없다면 무량수전이 정면에 보일참인데....

그래서 안양루가 저기 있는듯 하다.

 

저 옆을 걷는 목수에게 물었다.

지붕이 특이하네요?

어?.....

이런 것이 안목인 것이다.

이리 사진으로 뜯어보니 이상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자연스러움... 

그 속에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자연환경과, 필요성과, 절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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