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달리
벌써 일년의 시간이 지났다.
날짜를 정확히 기억 할 수는 없지만 서리가 내리고 제법 쌀쌀한 단풍이 곱게든 어느 날이였다.
요즘이 그러하다.
그리 인연이 되어서 설계를 하고, 땅을 파고, 뼈대를 세우고, 나무를 심고, 그리고 사람이 산다.
그래
딱 이맘 때다
주위를 한번 걸어본다.
설마 이길이 나주에 중요한 뭔가가 될 것인지 몰랐지만 이 길은 알고 있었으리라.
자연스레 사람이 걷는 길....
그래 길이지.
주변에 잣나무가 울창한 숲이다.
이 나무가 뺕어내는 수분과 향은 건강을 떠나서 정신을 맑게 한다.
정신을?..정신건강도 건장중 중요한 건강이니 이레저레 건강에 좋구만...
뒷태가 좋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곳은 누구에게나 같은 느낌인 듯 하다.
지금의 뒷공간.
보통은 바람이 잘통하지 않아 습하고,
관리마저 되지 않아 풀과 이끼가 무성한 이공간을 싫어한다.
관리 안한 자신은 모른채 왜 이런지 짜증을 내거나....
쉽게 포기한다.
어떤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뒷공간 잘 가꾼곳을 예로 들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 경복궁 후원....
관계의 문제다.
일을 하는 입장에나 집을 지어 살 사람에게나.
같이 살 사람에게나 중요한 경계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저 나무와 어떤 종이에 그려진 선과 누군가 박게될 붉은 말뚝....
위압적인 왼쪽의 산자락과 다르게 펼쳐지는 전망이 있다.
남서향.
남향은 위압적인 산.
서향은 활달한 산.
그리고 그 완충 정도에 있는 열려있는 곳.
혹여 허하지는 않나????
터는 보았고....
윗쪽 계곡이 좋다는 말씀에 뒤를 따른다.
그냥 펜션있는 마을이거니 생각 했는데...
왠걸.
이런 계곡이 있을줄이야.
가을 정취를 만끽해본다.
한참을 물고기 노는거 보면서 몸이 싸늘함을 느끼고서야 이 계곡을 내려왔다.
집은 집이고,
고민은 계속 될일.
오늘은 가을을 느껴본다.
일년후 다시 봄날에 이곳을 찾았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
새집을 짓는다.
그동안 건물 뒤에 있는 밭이 중요한 고민의 대상이 되었다.
오는쪽 석축과 저 위의 밭.
그리고 거기로 향하는 길.
지어질 집의 방향이 여기에서 확연히 바뀌었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건물의 1층을 구성하기 위한 기초작업이 끝나고 1층 뼈대작업을 진행한다.
1층은 콘크리트, 2층은 목조.
화사한 봄날.
금낭화를 비롯한 야생화들이 피어난다.
공사도 공사려니와 자연속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야광나무라고 한다.
밤에도 환하다는 의미겠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이름값 톡톡히 한다.
물론 달밤에 진가를 발휘하는 듯 하다.
봄 꽃은 크게 두종류인 듯 하다.
앙상한 가지에 화사하게 피는 꽃,
잎이나고 수줍게 피는 꽃.
배꽃과 사과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난 사과꽃이 좋다.
말로만 듣던 산목련을 이곳에서 본다.
잎의 생김도 비슷하고 꽃잎의 생김도 비스해서 그런듯 하다.
근데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외관상 붉은 꽃술도 그러하거니와.
여름이 시작될 무렵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목련처럼 일시에 지고마는 것이 아니라 오래고 피고지는 것 도 그러하고...
꽃타령만 하면서 보낸 세월은 아니다.
그사이 어느덧 1층콘크리트 구조와 2층 목구조가 끝이나고 창까지 설치된 모습니다.
여전히 주변은 어지럽지만 집의 윤각이 보인다.
2013년 양평 60일 비....
이제 비도 그친듯 하고 마지막 마감으로 향할 때이다.